![[민사]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승인 시효이익의 포기로 추정?](https://masterlaw.kr/api/media/file/naver-224078911788-1.png)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마스터 김성모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에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자가 채무승인을 한 경우 시효이익의 포기로 추정되는지에 관하여 중용한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이었는데,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기존 판례의 태도를 변경하였습니다.
자세한 사건개요 및 판결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안의 개요
▶ 원고와 피고는 상인들이다.
▶ 원고는 2006. 12. 28. 피고로부터 3,000만 원을 이자 연 20%, 변제기 2009. 12. 31.로 정하여 차용하였고(이하 ‘제1 차용금’이라 한다),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일체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가 소유하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채권최고액 1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이하 ‘제1 근저당권’이라 한다).
▶ 원고는 피고로부터, 2009. 6. 20. 9,000만 원을 이자는 정하지 않고 변제기는 2009. 12. 30.로 정하여 차용하였고(이하 ‘제2 차용금’이라 한다), 2011. 1. 25. 2,000만 원을 이자와 변제기를 정하지 않고 차용하였다(이하 ‘제3 차용금’이라 한다).
▶ 원고는 2015. 11. 2. 피고로부터 1억 원을 변제기 2016. 11. 1.로 정하여 차용하였고(이하 ‘제4 차용금’이라 한다),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일체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가 소유하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이하 ‘제2 근저당권’이라 한다).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작성해 준 이 사건 차용증에는 ‘일금: 1억 원정. 전 미수금 1억 4,000만 원 합계 2억 4,000만 원’, ‘이자는 연 150만 원(월 150만 원의 오기로 보인다)으로 하여 매월 30일에 지급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 원고는 피고에게 2016. 2. 6. 150만 원, 2016. 3. 19. 150만 원, 2016. 9. 30. 500만 원, 2017. 7. 6. 1,000만 원 등 합계 1,800만 원을 송금하였다.
▶ 피고의 경매신청에 따라 2019. 4. 8.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2020. 1. 8. 배당기일에서 실제 배당할 금액 546,597,075원 중 461,436,162원을 제1, 2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잉여금 43,984,345원을 채무자 겸 소유자인 원고에게 각 배당하는 내용으로 배당표가 작성되었다.
▶ 원고는 이 사건 제1, 2차용금에 대한 이자는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음에도 이자까지 포함하여 피고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작성된 배당표는 부당하다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1. 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의 타당성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이하 ‘추정 법리’라 한다)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①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자의 채무승인으로부터 시효완성에 관한 채무자의 인식 및 그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채무자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법리이다. 이러한 인식의 추정 및 의사표시의 추정은 경험칙에 근거하여 인정되는 사실상 추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은 경험칙으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오히려 경험칙에 어긋난다.
시효완성에 대한 인식의 추정은 경험칙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 시효완성 여부는 소멸시효 기간, 소멸시효 기산점, 소멸시효의 중단 또는 정지 사유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요소에 대한 판단은 때로 불명확하고 복잡하므로 단지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추정도 경험칙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 시효이익 포기는 시효완성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의사표시이다. 그런데 채무자가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그 기산일로 소급하여 채무에서 해방되는 법적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을 하는 채무자의 인식과 의사에 관한 경험칙은 나라마다 크게 달라질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추정 법리는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이례적인 법리로 평가된다.
② 시효이익 포기는 단순히 채무에 관한 인식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자신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시효이익의 포기라는 법적 효과를 의욕하는 효과의사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채무승인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효과의사는 채무자에게 불리한 법적 결과를 채무자의 자기결정에 따라 정당화하는 시효이익 포기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는 채무승인 행위에는 요구되지 않는 요소이므로,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승인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추정 법리는 이러한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근본적인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채무승인 행위가 있으면 이로부터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추정이라는 간편한 법적 수단에 기대어 세밀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효과의사에 대한 탐구 과정을 일단 생략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이러한 생략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해석 과정을 부실하게 만들고, 그 결과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에 관한 채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도 수반한다.
③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행위만을 근거로 하여 채무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손쉽게 추정한다. 이는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에 대해 엄격하고 신중한 해석을 요구하는 대법원 판례의 일반적인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④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나 채무자 보호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 제2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채무자의 법적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사정만 있으면 그 사정으로부터 시효완성 사실에 대한 인식과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하고, 채무자에게 이러한 추정을 번복할 부담을 부과한다. 이는 채무자를 본래 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가 추정의 번복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재판 실무와 결합할 경우 채무자의 구조적 열위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또한 추정 법리는 대부업체나 추심업체 등이 시효완성 후 채무자에게 일부 변제 등 채무승인 행위를 압박하거나 유도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악용되는 등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추정 법리는 정책적으로도 부당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원고가 2016. 2. 6.부터 2017. 7. 6.까지 합계 1,800만 원(이는 제4 차용금의 차용 시부터 변제기까지 12개월분의 약정이자와 일치하는 액수이다)을 피고에게 일부 변제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만으로 당시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그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한 차용금채무 중 일부를 변제할 당시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였어야 한다. 여기서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는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및 자발성, 일부 변제액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액 사이의 차이, 일부 변제 당시 시효기간을 도과한 정도, 일부 변제 당시 및 전후의 언동,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지식 및 경험 등 개별 사안에 존재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피고에게 차용금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는 사실로부터 곧바로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여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참고 - 별개의견
추정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기간 타당성을 인정하고 적용하여 온 것으로서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① 오랜 기간 일정한 방향으로 축적된 대법원 판례의 견해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 견해가 애당초 잘못된 것임이 명백하거나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의관념에 크게 어긋나게 되는 등 이를 바꾸는 것이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비하여 훨씬 우월한 가치를 가짐으로써 그로 인한 법적 안정성의 희생이 정당화될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새로운 법적 견해가 조금 더 낫다거나 더욱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축적된 판례의 견해를 바꾸는 것은 온당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② 다수의견의 요지는 추정 법리를 폐기하고 의사해석을 통하여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은 추정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 채무승인 또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통하여 실질적이고 타당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고, 다수의 사례 축적을 통하여 법리 적용에 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다.
③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유무에 관한 구체적 판단 기준과 종전 판례의 의사해석 판단 기준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④ 대법원은 일관되게 추정 법리를 설시하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해 왔다. 이로써 그 법리가 민사재판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 적어도 의사해석의 출발점으로 작동해 왔으며, 당사자도 그 법리에 맞추어 주장·증명을 하고 그에 따른 판단 결과를 받아들여 왔다.
⑤ 추정 법리의 근거인 ‘일반적으로 채권은 시효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사실을 안다.’라는 경험칙이 처음부터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거나 그 효력을 더는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일반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 되었다고 볼 만한 실증적 자료는 없다.
⑥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차이를 근거로 추정 법리가 부당하다는 지적 역시 타당하지 않다. 추정 법리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효과의사에 대한 탐구가 생략되고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 해석이 부실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추정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적용한 것이지 추정 법리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다.
⑦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그와 같은 지위(층위)에 있다고 할 수 없는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와 동일한 기준으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시효이익의 포기 여부가 쟁점인 상황에서 추정 법리가 없다면 채권자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할 의사로 채무승인 행위를 하였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러한 내심의 의사를 증명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추정 법리는 이러한 채권자의 증명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되, 채무자가 반증을 통하여 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즉 추정 법리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법리인 것이다.
⑨ 대법원은 추정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채무승인이 존재하는지 더 나아가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해왔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추정 법리가 채무자를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한다거나 정책적으로 부당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법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시효이익 포기 의사표시가 있었는지에 관한 증명 정도의 문제이고,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