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마스터 김성모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 혼인의 무효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판결이 나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민법 제815조는 혼인의 무효 사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혼인무효판결을 받게 되면 혼인관계증명서상에 혼인관계에 관한 사실이 완전히 말소되어 기록에 전혀 나타나지 않고, 혼인무효의 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족급여나 상속과 관련된 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주장할 수 있어 이혼에 비하여 유리한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혼인무효는 이혼에 비하여 매우 엄격한 판단이 필요한데요, 최근 외국인 배우자가 국내 입국 후 매우 짧은 동거기간 중 외국인등록증을 발급 받자마자 일방적으로 가출을 하자 한국인 남편이 이혼소송이 아니라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혼인무효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자세한 사실관계와 판결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관계]
○ 원고는 2016. 12.경 키르기즈 공화국을 방문하여 피고를 소개받아 그 무렵 키르기즈 공화국의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절차에 따라 혼인신고를 마친 후, 2017. 1.경 한국에서의 혼인신고를 마쳤다.
○ 피고는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피고에 대한 결혼 이민비자가 신청ㆍ발급되자 2017. 6.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동거하게 되었다.
○ 피고는 결혼 자신의 부모 이름을 원고에게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았고, 외국인등록중이 발급되자 동거한지 40일 만에 가출하였다.
○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처음부터 혼인의사가 없었음을 이유로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피고는 이혼의 반소를 제기하였다.
○ 서울고등법원(원심)은 원고의 혼인무효 확인청구에 대해서 ① 피고가 자신의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점, ② 원고와 동거한 기간이 40일에 불과하고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은 직후 가출한 점 등을 이유로 민법 제815조 제1호의 혼인무효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단]
민법 제815조 제1호가 혼인무효의 사유로 규정하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므574 판결 등 참조). 혼인무효 사건은 가류 가사소송사건으로서 자백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 및 필요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는바(가사소송법 제12조, 제17조), 일방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혼인신고 당시에 진정한 혼인의사가 없었다는 사유를 주장하면서 혼인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가정법원으로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혼인의사의 부존재가 합리적․객관적 근거에 의하여 뒷받침되는지 판단하여야 한다.
민법은 혼인성립 이전의 단계에서 성립요건의 흠결로 혼인이 유효하게 성립하지 않은 혼인무효(민법 제815조)와 혼인이 성립한 후 발생한 사유로 혼인이 해소되는 이혼(민법 제840조)을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혼인무효는 이혼의 경우에 비하여 가족관계등록부의 처리 방식이 다르고, 이혼과 달리 혼인무효의 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유족급여나 상속과 관련된 소송에서 선결문제로 주장할 수 있어 유리한 효과가 부여된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 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던 것인지, 혼인 이후에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어진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리ㆍ판단하여야 하고, 혼인의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고 내면적인 것이라는 사
정에 기대어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다거나 혼인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을 하는 등 혼인생활 중에 나타난 몇몇 사정만으로 혼인신고 당시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추단하여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하여 혼인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한 경우, 가정법원은 위 법리에 더하여 통상 외국인 배우자가 자신의 본국에서 그 국가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 절차를 마친 후 그에 기하여 우리나라 민법에 따른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는 절차를 거쳐 비로소 혼인생활에 이르게 된다는 점, 언어장벽 및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혼인의사 유무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원심이 든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이 혼인무효의 사정으로 들고 있는 사정 중 혼인 전에 있었던 사정은 피고가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주었다는 사정 밖에 없다. 그런데 피고가 자신의 부모 이름을 다르게 알려준 사정이 진정한 혼인의사의 부존재를 추정하게 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문이고, 게다가 피고가 알려준 부모의 이름에 대해 살펴보더라도 아버지의 이름 ‘○○○○ △△△△’를 ‘□□□□□□□ △△△△’로, 어머니의 이름 ‘☆☆☆☆☆☆ ◇◇◇◇’을 ‘▽▽▽▽▽▽ ◇◇◇◇’으로 알려주었다는 것이어서 완전히 다른 이름인지도 불확실하므로 신분위장 등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원고는 2016. 12.경 키르기즈 공화국을 방문하여 피고를 소개받아 그 무렵 키르기즈 공화국의 법령이 정하는 혼인의 성립절차에 따라 혼인신고를 마친 후, 2017. 1.경 한국에서의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우리나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피고에 대한 결혼 이민비자가 신청ㆍ발급되어, 피고는 2017. 6.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동거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원고와 피고가 혼인에 이르기 위해서 들인 시간과 노력, 절차에 소요된 비용 등을 도외시한 채 단지 동거기간이 40일에 불과하다는 사정만으로 혼인의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
3) 원심이 든 나머지 사정들은 혼인이 성립된 이후의 사정으로서 결국 피고가 혼인 이후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혼인관계의 지속을 쉽게 포기하였다는 이혼 사유에 가까운 바, 이러한 사정만을 내세워 애초부터 혼인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만을 내세워 원고와 피고의 혼인이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그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민법 제815조 제1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평 석]
위 대법원 판결은 혼인무효 사유 중 혼인의사가 없는 경우에 관한 해석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첫번째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위 판례에 따르면 앞으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혼인신고가 이뤄진 것이 아닌 이상, 혼인신고 이후 동거하던 중 가출하였다 하더라도 혼인의사가 없다고 인정되어 혼인 무효 판결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가사/판결] 혼인무효의 판단기준](https://masterlaw.kr/api/media/file/naver-222615580317-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