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 전문

2018. 11. 6.김성모 변호사

법원 판결/소식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 전문

김프로이어

2018. 11. 6. 14:22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

본문 폰트 크기 조정

본문 폰트 크기 작게 보기

본문 폰트 크기 크게 보기

공유하기

URL복사

신고하기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 전문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3. 7. 18.경 ‘2013. 9. 24.까지 육군 39사단에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경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인 2013. 9. 24.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본문에서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하면서, 제1호에서 ‘현역입영은 3일’이라고 정하고 있다(병역법은 이 사건 이후 수차례 개정되었으나, 제88조 제1항을 비롯하여 아래에서 언급하는 조항들의 실질적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이하 특별한 표시가 없는 한 현행 병역법을 가리킨다).제1심은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항소를 기각하였다.피고인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 제19조와 국제연합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자유권규약’이라 하고, 국제연합을 ‘유엔’이라 하며, 위 규약의 이행을 위한 조약상의 기구를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라 한다) 제18조에서 정한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자신에게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2.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가.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정하고,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정한다. 즉 주권자인 국민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이러한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고 병력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사유이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인 정당행위나 책임조각사유인 기대불가능성과는 구별된다.정당한 사유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관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불확정개념으로서, 실정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결과를 막고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위 조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나. 병역법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중 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먼저 병역의무를 18세가 된 남성에게 부과하고(제3조, 제8조), 40세가 되면 면제한다(제71조, 제72조). 다음으로 병무청장 등이 개별적인 병역처분을 할 때에는 병역의무자의 신체와 심리 건강, 학력과 연령 등 자질, 가사사정, 형사처벌 여부, 귀화 또는 북한출신 여부, 국외이주, 전문지식이나 기술 등을 고려하여 병역의무자에게 부과할 병역의 종류․내용 또는 면제 등을 결정하도록 한다(제5조, 제11조, 제12조, 제14조, 제62조, 제63조,제64조, 제65조 등). 위와 같이 병역법은 국민의 다양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병역 의무의 부과 여부와 그 종류․내용 또는 면제 여부 등을 결정한다. 즉 병역의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에 합당한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때에도 위와 같은 병역법의 태도를 반영하여야 한다.   다. 그러므로 병역의무의 부과와 구체적 병역처분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정이라 하더라도, 입영하지 않은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그로 하여금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사정이 단순히 일시적이지 않다거나 다른 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3.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그 제한   (1)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여 양심의 자유를보장한다. 양심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고 민주주의 체제가 존립하기 위한 불가결의 전제로서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고도로 보장되어야 한다(대법원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을 형성할 자유와 양심에 따라 결정할 자유 등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할 수 있지만(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가22 등 결정,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결정 등 참조),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 권리이므로 제한하여서는 안 되고 외부적 자유는 상대적 권리이므로 언제나 제한하여도 된다는 단순한 형식논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양심실현의 자유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대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양심이 외부적으로 표출되더라도 이를 제한할 때에는 위와 같은 헌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엄격하게 평가하여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에서 보호하는 양심의 의미와 작용, 문제되는 실현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습, 다른 헌법적 가치와 부딪치는 국면 등에 대하여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이른바 ‘착한 마음’ 또는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한다. 이것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2. 1. 31. 선고 2001헌바43 결정 등 참조). 이러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결정등 참조).양심의 자유는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윤리적 확신과 이에 반하는 외부적 법질서의 요구가 서로 회피할 수 없는 상태로 충돌할 때 침해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2002. 4. 25.선고 98헌마425 등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상반되는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 개인에게 그의 양심을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헌법재판소 2004. 8.26. 선고 2002헌가1 결정 등 참조).   (3) 양심은 개인마다 형성되어 유지되고 실현되는 과정과 모습이 서로 다르고, 그 동기와 내용 역시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헌법적 가치가 양심의 자유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고 마찬가지로 양심의 자유가 다른 헌법적 가치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도 안 된다. 보통 양심이 내면에 머무르는 상태에서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사람이 내면에서 단순히 양심을 형성하고 유지하는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양심이 외부적으로 실현될 경우에는 더 이상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때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한의 필요성이 생긴다.양심실현의 모습이 다양한 만큼 다른 헌법적 가치질서와 충돌을 일으키는 양상과 정도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개인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양심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국가 법질서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양심실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양심의 자유가 양심의 명령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의 명령을 위반할 수 있는 일반적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4. 8. 26. 선고 2002헌가1 결정 등 참조).그러나 국가가 개인에게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함으로써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러한 강제는 결국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를 이행하거나, 아니면 내면적 양심을 유지한 채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순히 양심실현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켜야 한다. 스스로 내면에 머무르려는 양심을 국가가 불러내어 위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은 위에서 본 적극적 양심실현의 국면과 동일한 것이 아니다.이러한 경우는 단순히 외부적 자유 또는 상대적 권리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제한해도 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내면적 양심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인격적 존재 가치를 파멸시키게 하고, 내면적 양심과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고자 하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의 자유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그에 대한 제한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나.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양심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고 병역의무의 이행이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결국 양심을 포기할 수 없고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불이행에 따르는 어떠한 제재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거부 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않은 채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 제1항 제2호 가목에서 정한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에 해당하는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부자(父子) 또는 형제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하였다. 이러한 형사처벌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우리 사회에서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2)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가 구체화된 병역의무는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하고 병무행정 역시 공정하고 엄정하게 집행하여야 한다.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허용 여부는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 규범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조정 문제가 된다.   (3) 국방의 의무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한다(헌법 제39조 제1항). 즉 국방의 의무의 구체적인 이행방법과 내용은 법률로 정할 사항이다. 그에 따라 병역법에서병역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입영의무의 불이행을 처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을 두어 입법자가 미처 구체적으로 열거하기 어려운 충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규범의 충돌․조정 문제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이는 충돌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국면에서 문제를해결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앞에서 보았듯이 병역법이 취하고 있는 태도에도 합치하는 해석방법이다.   (4) 위에서 보았듯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러한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에 해당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정하고 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다.헌법은 기본권 보장의 체계로서 기본권이 최대한 실현되도록 해석․운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조건이다.위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일방적인 형사처벌만으로 규범의 충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랜세월을 거쳐 오면서 확인되었다. 그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   (5) 요컨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6) 이와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등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다. 대체복무제의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   헌법재판소는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므로, 국회는 2019. 12. 31.까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1헌바379 등 결정). 이와 관련하여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즉 대체복무제가 없는 이상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되어야 하는 것인지 문제된다.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였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4.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   가.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설령 병역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나. 구체적인 병역법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위와 같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6445 판결 등 참조). 다만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유사하다. 위와 같은 불명확한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반면 그 존재를 주장․증명하는 것이 좀 더 쉬우므로, 이러한 사정은 검사가 증명책임을 다하였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   5. 이 사건의 해결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만 13세이던 1997. 11. 16. 침례를 받고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면서 2003년경 최초 입영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과거 피고인의 아버지는 물론 최근 피고인의 동생도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되었다. 피고인은 부양해야 할 배우자, 어린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상태에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에서 본 판단방법에 따라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여 판단했어야 한다.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비슷한 고민이 있으신가요?

부채 규모만 알려주시면 검토해 연락드립니다.

상담 신청 →
전화상담상담신청
전화 상담상담 신청